드디어 스타트렉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만났다.

처음엔 지나치게 오래된 옛 특수효과의 어색함과, 사건 진행속도가 지루할정도로 느슨한 옛날 타입의 드라마가 어색했다. 그래서 TOS 드라마를 시청할때는 드라마를 틀면서 영어공부도 같이 했다. (영어를 워낙 못하므로 요새 쉬운 걸 공부하고 있어서... Basic Grammar in Use를 보는 중)

하지만 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고, 캐릭터에 정이 들기 시작하자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결국은 '참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할수 있겠다. 그러나 남에게 권하기는 좀 망설여진다. 너무 오래 전 드라마이기 때문에...

보스턴 리갈에서 보았던 '대니 크레인' 윌리엄 새트너가 저렇게 바람둥이 미소가 귀엽고 매력적인 젊은이였던것이 신선했고, 그 유명한 '스팍'의 캐릭터가 어떤지 알게되니 나 역시 그 엄청난(!)매력에 빠져들지 않을수 없었다. TOS 시리즈를 끝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려 아시모프 아저씨가 스타트렉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게 되었다. [딸인지 손녀인지가 '스팍'을 좋아하는게 이해가 안간다. 그는 너무 귀도 뾰족하고 눈썹도 너무 위로 올라갔고... '똑똑해서 좋아한다'란 말을 듣고 아 여자들은 똑똑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구나!] 라고 충격을 받았다는 귀여운 일화였다.
스팍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인것은 단순히 똑똑하다는 설정도 있긴 하겠지만, 배우가 연기를 잘했다는것도 한몫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각본으로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설정도 매력적이어야겠지만 일단 실사로 연기하는 배우가 잘해야한다. 아무리 극본으로 돋보이게 해주려 애쓰는 티가 역력해도, 배우 자체의 매력과 연기력이 떨어져서 매력이 반감되거나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반면 시나리오상으로는 대충 만든 배역인데도, 배우가 너무 연기를 매력적으로 잘해서 눈에 띄는 캐릭터도 있게 마련이다.
스팍은 시나리오 상으로도 매력적이고 배우도 무척 연기를 잘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그걸 단순히 '똑똑하니까요' 여자들이 좋아해용 이라고 묘사하기엔 너무 단순화 시킨것 아닐까. ^^

이제 오리지날을 보니, SF의 오랜 팬들이 2009년 스타트렉에서 올드스팍을 봤을때 느낌이 어땠는지, 가끔 히어로즈에 얼굴을 비추었던 '술루'역의 타케이 아저씨가 히로의 아버지로 출연했을때 어땠을지, 보스턴 리갈의 뚱뚱한 대니크레인을 왜 내가 느끼는것보다 더 매력적인 것처럼 연출상 묘사해놓았는지 알것 같았다. 인터넷 뒤져보니 스타트렉은 단순히 팬만 만든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회현상도 일으켰다고 했다. 핸드폰이 발명되기 전 드라마에 나온 핸드폰이 실제 핸드폰의 모델이 되었다던지... 인종차별이 심하던 시절에 다양한 종족을 등장시키고 함장을 시키고... 지금 보기엔 오히려 '왜 여자승무원들이 저런 미니스커트를 입고 차시중을 드는 거냐. 여자들의 미모만 왜 저렇게 강조하냐.'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저 드라마를 만든 시기가 상당히 오래 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 상당히 선구자적인 드라마임을 보면서 내내 떠올리게 된다. 적어도 이상주의적으로 선구자적이 되려 노력한 흔적들이 있다.

극장판을 보면서는 내내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어느새 다들 팍삭 늙었고 - 윌리엄 새트너는 시리즈에서 본 젊은이 느낌이 사라지고 어느새 광우병걸린 대니크레인에 더 가까운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ㅠㅠ - 점점 늙어가고, 결국엔 은퇴하고... 극장판 보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추억을 먹고 산다'라는 느낌이다. 스타트렉 극장판이 스타워즈처럼 되지 못한 이유가 그게 아닐까 싶다. 스타워즈는 영화 내내 현재진행형이란 느낌이고, 스타트렉 극장판은 - 과거형이란 느낌이 들었다. 추억을 먹고 사는 느낌이고,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느낌? 잠깐 사이 시리즈를 몰아본 나도 그런 느낌인데, 어린 시절 열광했던 추억의 드라마 인물들이 여전히 나이들었지만 극장화면에 나와서 움직이는 것을 보는 오랜 팬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스타트렉은 단순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책을(동화같지만) 제시하는, 너무 말랑말랑 좋은 미래만 그려서 내가 자꾸 동화같다고 표현하지만 결국 인간의 이상을 제시하는 편견을 배제하려 애쓰는...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지닌... 그래서 '수준이 높다' '어른스럽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니까 '어른동화' ㅎㅎㅎ

또 한가지 보면서 느낀점을 덧붙이자면.
스타트렉은 TOS 시리즈 중간부터 어느덧 우리 세계와는 다른 패러랠 유니버스가 되었다는 것이다. 60년대에는 90년대가 너무 멀게 느껴졌던 걸까? 마치 21세기는 넘어가지 않고 인류가 멸망할것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의 연도를 4자리수 (1960)가 아닌 두자리(60)로 설정하여 터무니없는 Y2K소동을 일으킨 그때의 프로그래머들처럼, SF소설가들도 그랬던가 싶다. 유전학전쟁이라는 3차대전이 일어나고 유전적으로 강화된 이들이 지구를 지배하다 우주로 쫓겨났다는 - 아니, 그 이전에 그렇게나 빨리 그런 우주선을 만들어낼수 있게 발전할거라는 상상을 했다니 흥미롭다. 이 패러랠 유니버스에서는 과학의 발전이 현실보다 엄청나게 더 빠르다.
뭐 현실은 스타트렉의 패러랠유니버스보다 의식의 발전이 과학의 발전보다 더 빠르다 라는 생각이 떠올라 웃기면서도,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학살과 독재 인종차별 동물학대 등을 보면 의식의 발전은 뭐 쥐뿔.. 이런 생각도 들고.

어쨌든 그것이 스타트렉의 수많은 장점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

인터넷에서 배우들의 뒷 이야기를 간략하게 보았는데 조금 우울했다. 피부가 탱탱하던 탱탱볼같던 젊은이들이 어느새 시간이 흘러 주글주글 늙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것이. 스타트렉 보이저에서도 막판에 시간이 흘러 캐릭터들이 늙었음을 보여주었지만 그게 분장인걸 모를리도 없고 눈에 안띌리 없다. 하지만 TOS에서의 노화와 끝은, 실제다. 실제로 그 모든 세월이 지나가버린 것이다.

앞으로 홀로그램이 그런 식으로 발전한다면, 다시 젊은 모습의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수 있겠지만... 이제는 모두 환갑 칠순 넘기신 캐릭터들을 다시 볼일은 없을 것이다. 참 슬프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BYE BYE TOS...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세월은 무상하구나... ㅠㅠㅠㅠㅠㅠㅠ

덧> 극장판 7부터는 TNG를 보고 볼 예정. TNG는 침이 마르게 칭찬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엄청 기대중이다. 옛날 MBC에서 간간히 해줬던거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어서 대머리 피카드 선장은 확실히 기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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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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