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랙 보이저 7시즌을 마침내 다 보았다.

스타게이트는 처음 오리지날인 영화서부터 SG-1, 아틀란티스, 유니버스를 차례대로 봤었다. 원래 차례대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

그런데 스타트랙은 도저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리지널은 굉장히 오래된 TOS이다. 하지만 그건 자막이 다 갖춰진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너무 오래되었다.
그렇다고 TNG부터 시작하자니 오래된데다 맨처음 시리즈의 시작도 아니라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 누군가 보이저를 추천한 글을 보았고, 일단 시작하고 보자 싶어서 스타트렉 보이저를 1시즌부터 7시즌까지 몰아서 보게 되었다.

내가 SF를 좋아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정말 재밌게 봤다. 다양한 이야기에 다양한 주제, 가벼운 주제도 있었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몇몇 인상깊은 에피소드도 많았다.

내가 본 스타트렉 보이저에서 인간이 주축이 된 지구의 스타플릿은 상당히 이상주의적인 유토피아에 가깝다. 대단히 발달하고 윤리적이며 자신의 철학이 확고한 '지구의 인간'들은 현재의 인간들과 비교해보면... 절대 현실화될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상주의적이다.

내가 보이저부터 봐서 그런지, 가장 스타트렉 시리즈 중 발달된 상태인지라 그런지, 인류의 기본적인 욕구가 다 충족된 상태에서 일종의 '우주 안의 선진국'인 상태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복을 위한것이 아니다. 순수한 탐험심과 인류의 자아실현을 위한 이상주의자들의 자기수련...?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끔찍한 일들의 중심에는 충족되지 않은 기본적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먹는것, 입는 것, 주거지, 그리고 성욕, 탐욕, 지배욕 등등.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욕구들에 의해 지금도 끔찍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다.

스타트렉에서의 지구 인류는 풍부한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왠만한 물건은 허공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 먹는 것 입는것이 한방에 해결되었다. 그리고 넓은 우주에 퍼져 사는데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우주안에 흩어진 살기 좋은 무인행성을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니 살 공간은 많은 셈이다. 홀로그램 기술이 거의 우주창조하는 신의 수준으로 현실감있게 가능하므로 - (예전에 '홀로그램 우주'란 책을 봐서, 실제 우주가 홀로그램적인 시스템일것이란 주장을 봐서 스타트렉의 홀로그램이 그냥 기술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 성욕이나 타고난 잔인성을 푸는 것이나 하는 것도 해결된것으로 보인다.

모든 에피소드가 다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생각할거리가 많은 에피소드가 많은데, 여기서 다 느낀점을 풀수는 없지만... 몇가지만 느낀점을 집어보자면...

아까 스타게이트 얘기를 했듯이, 스타게이트를 차근차근 보았을때는 다음 스핀오프인 아틀란티스가 솔직히 그래픽은 더 나아졌지만 별로란 느낌이 들었고, 전작인 SG-1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이미 커서 아틀란티스의 인물들에게 정을 붙이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다 보고 나서도 SG-1의 캐릭터가 더 좋다. 그래서, 아틀란티스부터 본 사람들이 가끔 SG-1보다 아틀이 더 좋다고 하면 취향이 나와 많이 다르네 싶었다. 아틀란티스의 에피 중 SG-1에피의 주제나 소재가 중복된 부분도 있기에 왠지 어설픈 복제품같다는 느낌도 들었었다.
아마 스타트렉을 정주행 한 사람들이 보이저에 느끼는 것이 그런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처음에 보이저로 시작해서, 다른 스타트렉 시리즈의 다른 캐릭터들은 잘 모른다. 그런 상태에서 스타트랙의 첫정을 보이저로 들였기때문에, 에피 중간에 이전 시리즈의 캐릭터가 나와도 별 감흥이 없고, 전 에피와 비교해서 시시하다고 느낄것도 없었다. 그래서 스타트렉 동호회에서 보이저가 이전에 비해 별로이고 심지어는 보이저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보면, '아, 내가 스타게이트에서 아틀란티스부터 본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느꼈던게 저런거구나' (물론 난 저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지만 ^^;)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케스가 좋았는데 순전히 설정이 좋아서였다. 왠지 페어리를 연상시키는 설정때문에.. 엘프? 하여간. 하지만 뒤로 갈수록 닥터나 투박, 세븐오브 나인, 제인웨이, 킴 등등 등장인물들이 다 좋아졌다. 난 패리스나 닐릭스는 별로였는데 좀 지나자 그 둘도 엄청 정이 들고... 케스는 막판에 너무 망가져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TOS부터 시작할까하는데... 아직은 보이저에 대한 여운이 많이 남아 있으니 조금 더 있다가 시작해야겠다.

보이저에서 계속 강조한것이 'Home', 'Family'이다. 문득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주제인 긴 장편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 결국 막판엔 함께 모험한 동료들과 헤어져야 한다. 언제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영화의 막판에 정 든 동료들이 떠나갈 때, 롤플레잉 게임의 막판에 모두가 뿔뿔이 흩어질때 아쉬움을 느꼈다. 아무리 목숨을 걸고 친해졌어도,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원래자리, '집'으로,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결국 집이란, 가족이란 '베이스캠프'가 아닐까 싶다.
산을 등반할때 베이스캠프를 친다. 그곳을 중심으로 출발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 일종의 중심점이다.
가족이란, 집이란 인생에서의 베이스캠프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더 아름답고 훌륭한 곳을 여행중에 만나더라도, 대부분은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만약 새로이 마음에 든 집터를 발견하면 결국 가족들을 그리로 불러들이거나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 새로운 베이스캠프인 셈이다.

맨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머리가 허옇게 센 제인웨이와 패리스 등 보이저의 동료들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고 서로 돕는 모습을 보니, '이들이 정말로 가족이라고 서로를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좋았다. 그래서 제인웨이는 결국 모든 자신의 신념 (스타플릿 제 1법칙)을 모두 저버리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도 버렸다.

그런 그녀의 선택에는 비판의 여지가 많지만, 결국 제인웨이는 7년간 보이저를 이끌면서 '함장' 이상의 존재가 되어버린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도 종종 보이는 지적이듯이, 그녀는 '보이저'라는 진짜 가족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란 신념이나 원칙 목숨보다 자식들을 더 우선순위에 두는 법이다.

너무 이상주의자로 행동할때 어이없기도 했지만, 스타트렉은 그런 보송보송한 이상주의적인 철학이 기반이기에 더욱 매력적이지 않은가 싶다. 일단 인류에 대한 동화적인 가정에서부터 출발하니까.

모든 폭력을 종결시킨 평화로운 인류라니, 거기서부터가 동화다. 그리고 보기 좋고 재미있고 생각할거리도 많은, 좋은 SF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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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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