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키우던 저빌들의 최근 현황 (2009.05.02) 입니다.
저빌 분양 받은 뒤 네이버에 포스팅을 11번 정도 했습니다.
제 사진을 보고 저빌을 분양받았다는 분들도 계셨고 저도 포스팅하면서 재미있었죠.
이제 4개월된 저빌을 분양받은 지 2년 7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저빌의 수명은 3년에서 5년이라는데, 2년 5개월쯤 되니까 수컷 저빌들이 연이어서 죽었어요. 이제는 암컷 다섯마리만 남았습니다. 분리해서 키운 수컷들은 모두 죽었어요.
처음 죽은 저빌은 첫번째 낳은 회색 새끼입니다. 말이 새끼이지, 나중에는 덩치가 가장 커져서 대장노릇을 했죠.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암수를 나눠키웠는데, 이리저리 분양주고 수컷 넷(애비 둘 자식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밥을 줄때마다 퉁퉁한 새끼 둘이 제일 먼저 달려와 맛있게 먹길래 잘 지내는줄 알았죠.
그런데 어느날 갉으라고 준 크리넥스 통을 들어보니, 애비 둘이 비쩍 말라 병든 상태로 굶고 있는 겁니다.
비틀거리며 밥을 먹으려는 애비를 두배로 덩치가 큰 새끼들이 밀쳐버리고요(제눈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물론 얘네들은 짐승이 맞습니다. 사람의 기준을 대입하면 안되겠죠
하지만... 제가 올린 사진에도 묘사되어 있지만, 이 저빌 애비들이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봤는데요.
이제 이가 자라 병원 다녀와서 잘라내도 또 자라서 약해진, 그 애비들을 저 퉁퉁한 새끼들이 그런 취급을 하는 것이, 정말 배신감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새끼 둘이 정말 미워졌습니다. 새끼들의 극성에 약한 애비들 영양제도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지들이 먹겠다고 얼마나 들이대는지... 터질정도로 뚱뚱해서는....
결국 애비 둘과 새끼 둘을 분리하였습니다. 암컷들은 원래 분리되어 잘 지내고 있었고요.
전 저도 모르게 수컷 새끼들에게 미움을 드러냈던것 같습니다. 밥을 줄때 그냥 밥만 줬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특히 회색 새끼는 제 눈앞에서 애비들을 밀치고 먹으려 난리를 쳐서, 제가 손으로 애비 먹이 주려고 자꾸 밀치니까 반항해서 (문것도 아닌데), ...
그러다가, 암수 쌍으로 분양받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세 통에 분리해서 아홉마리를 키우니 힘들었습니다. 조건이 맞아서, 황금이 암수를 친해지게 하기 위해 한 통에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회색 새끼 수컷을 둘 데가 없어 애비들의 통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회색 새끼 수컷은 애비들을 격렬하게 쫒아다니며 공격했습니다. 분리해서 키우니 서로를 못알아보고 서열을 정하려 했겠지요.
안그래도 약한 애비들을 오랫동안 공격하자, 지켜보다 못한 제가 그 놈을 잡았습니다. 아마 미웠던것 같습니다. 작은 통에 넣어 애비들과 함께 놔두었습니다. 냄새가 익숙해지라고.. 하지만 다시 풀어놓으면 또 공격하고 또 공격하고... 결국은 미움과 함께 작은 통안에 남겨뒀습니다.
저빌은 굉장히 순합니다만, 이 회색 새끼 저빌은 좀 드세서 빨갛고 두터운 고무장갑을 끼고 잡아올렸습니다. 그 동안 저빌 분양 하겠다고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혹시나 임신했을까봐 불안했고 저빌들의 평온이 파괴된것이 무척 기분 나빴지만, 인터넷이란게 아무나 저질 장난을 칠수 있는 곳이니까요.
다시 수컷 새끼 둘을 한 통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평소대로 밥주고 물줬지요.
그러다가, 통 청소를 하기 위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저빌들을 옮길때, 회색 수컷 저빌은 굉장히 유난하게 도망을 다녔습니다. 마침내 잡아올리자 "쾍!"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저빌은 새소리처럼 약하게 삑삑거리지,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난생 처음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내가 얘를 너무 미워하고 통 분리한다고 너무 괴롭혔구나... 많이 미안해졌지요.
그래도 수컷 저빌 새끼 둘은 건강하니까, 신경 쓰지 않고 빌빌 죽어가는 수컷 애비들에게 영양제 주는것만 신경썼죠. 이가 길어져서 씹어먹지 못했으니...
그러다 어느날 보니, 새끼 수컷 저빌들의 이도 자랄대로 자라서, 삐쩍 말라가고 있더군요..
마침내는, 제일 처음으로 그 회색 저빌 새끼가 죽었답니다.
미워하면, 건강하던 애도 병이 들고 제일 먼저 죽는것 같습니다.
저빌은 혼자 있으면 안된다고 해서, 걱정하면서 남은 새끼 저빌을 애비들과 합사했습니다. 그러나 남은 수컷 새끼 저빌은 애비들과 잘 지냈습니다.
수컷들은 셋 다 황금이다보니, 나중엔 구별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조카 집에 분양보낸 저빌 둘이.. 하나는 통통하니 건강하던 것이 갑자기 죽고, 나머지 한마리는 죽은 저빌을 뜯어먹다가 조카에게 들켰나봅니다. 조카는 큰 충격을 받았고 남은 저빌은 저에게 왔습니다. 그 녀석은 활달하여 탈출을 잘 하던, 제가 "빠삐용"이라고 이름붙인 저빌이었습니다.
녀석은 이가 멀쩡하여 병든 수컷들과 합사하자, 별 소란 없이 나머지를 제압하고 통 안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때쯤은 수컷들이 많이 비실거려서 싸우지도 못하더군요. 아니면 같은 황금이 계통이라서 싸움이 없었던건지.(살펴보면 색깔에 따라서 차별이 좀 있더군요. 같은 색깔끼리 더 친해요.)
그러다가, 영양제로 버티던 비실이 하나가 죽었습니다. 아파서 죽은 것이라 언젠가 죽을것을 각오했지만 슬프더군요. 처음 데려왔던 애비 녀석인데.....
그리고 날짜가 더 지난 후, 비실이 하나가 또 죽었습니다. 그 동안 빠삐용은 건강했고 나머지 비실이는 여전히 비실거리고 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엔 빠삐용이 죽었습니다. 통통하고, 건강하고, 이도 잘 갈려져 있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이, 입안에 먹이를 가득 머금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비실이가 죽을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였죠.
남은 비실이는 꽤 오래 살았습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죠... 바싹 말라서 숨쉬는 것이 힘겹고, 눈도 안보이고, 손발에는 혹과 같은것이 크게 나고, 나중에는 털도 빠졌죠. 털이 빠지니까 너무 안쓰러운 것이, 이제 그만 편해져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게다가 저빌은 혼자 남으면 안되는 동물이라는데... 외로움을 아주 잘탄다구요.
먹이를 주기 위해 부르면, 눈도 보이지 않고 숨도 겨우 쉬면서 귀를 쫑긋하며 먹이 통으로 조르르 달려갔죠. 밥이 먹고 싶다기보다는, 정이 그리워서 그러는 것 같았어요. 왜냐면, 그 즈음에 영양제를 먹으니까 먹이 통은 사실 갈 필요 없었거든요.
그러다 어느날 퇴근해보니, 죽었다고 합니다. 저는 죽는 것을 못봤지만, 엄마 말에 따르면, 먹이 통에 들어가 죽어 있었대요.
더 괴롭기 전에 잘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별인사는 미리 해놓았으니까요. 이제 그만 아프고 편하게 저 세상으로 가라고... 다음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라고...
그러다가, 오늘 네이버 블로그 차츰 정리하면서 저빌 사진들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때 그랬었지, 하면서 정리했죠. 지금 암컷 다섯마리는 건강하거든요. 왜 수컷들만 그렇게 죽었을까... 혹시 그 통안에 병균이라도 있었던 걸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한 사진을 보고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주 조그만 새끼일때, 먹이 통 안에 들어가 있는 사진 이었죠.
제가 코멘트를 이렇게 달았더군요.
[요새 자주 보는 광경.. 그릇안에 들어가서 먹기]..
인간의 아전인수 격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진과 멘트를 본 순간, 그리고 마지막 수컷 저빌의 죽음에 대해 떠오른 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눈도 안보이는 상태로 제 목소리만 들으면 귀를 쫑긋거리며 먹이통으로 찾아가던... 아마 그 새끼일때가, 힘 세고 자상한 아버지와 삼촌과 엄마와 형제들이 사이좋게 살던 그때가 그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그때는 그 애들을 참 귀여워했었고...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애들은 사람이 정을 주는지 미움을 주는지 무심한지 느끼는것 같습니다. 미워하면 특별히 괴롭히지 않았어도 점점 병이걸려 말라 죽고, 관심을 주면 아프더라도 조금 더 오래 사는것 같아요.
죽은 저빌들에게 미안하고,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나는 저빌들을 괴롭히지 않고 먹이 충분히 준다고, 내게 있어서 그나마 얘들한테는 좋은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잘 키운것은 아닌것 같아요. 3년이 못되어서 다섯마리가 죽었으니까요.
처음 죽음을 접했을때는 정말 충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자꾸 죽으니 이것도 익숙해지더군요. 그러나 슬픕니다. 불쌍하고, 오늘처럼 사진 보다가 기억이 떠오르면 눈물 납니다.
그러니 사람이 죽으면 더 하겠죠. 아직 주변에 아는 사람이 돌아가신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긴 인생을 살다보면 그런 일들이 당연히 생기겠죠. 저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죽을 테구요.
내 주변의 사람이 죽으면, 아마 정도와 강도의 차이가 크게 차이 나겠지만, 이런 비슷한 기분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게 죽음을 겪어 본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프지만요.
저빌 분양 받은 뒤 네이버에 포스팅을 11번 정도 했습니다.
제 사진을 보고 저빌을 분양받았다는 분들도 계셨고 저도 포스팅하면서 재미있었죠.
이제 4개월된 저빌을 분양받은 지 2년 7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저빌의 수명은 3년에서 5년이라는데, 2년 5개월쯤 되니까 수컷 저빌들이 연이어서 죽었어요. 이제는 암컷 다섯마리만 남았습니다. 분리해서 키운 수컷들은 모두 죽었어요.
처음 죽은 저빌은 첫번째 낳은 회색 새끼입니다. 말이 새끼이지, 나중에는 덩치가 가장 커져서 대장노릇을 했죠.
워낙 번식력이 좋아서 암수를 나눠키웠는데, 이리저리 분양주고 수컷 넷(애비 둘 자식 둘)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밥을 줄때마다 퉁퉁한 새끼 둘이 제일 먼저 달려와 맛있게 먹길래 잘 지내는줄 알았죠.
그런데 어느날 갉으라고 준 크리넥스 통을 들어보니, 애비 둘이 비쩍 말라 병든 상태로 굶고 있는 겁니다.
비틀거리며 밥을 먹으려는 애비를 두배로 덩치가 큰 새끼들이 밀쳐버리고요(제눈엔 그렇게 보였습니다)
물론 얘네들은 짐승이 맞습니다. 사람의 기준을 대입하면 안되겠죠
하지만... 제가 올린 사진에도 묘사되어 있지만, 이 저빌 애비들이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새끼들을 돌봤는데요.
이제 이가 자라 병원 다녀와서 잘라내도 또 자라서 약해진, 그 애비들을 저 퉁퉁한 새끼들이 그런 취급을 하는 것이, 정말 배신감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새끼 둘이 정말 미워졌습니다. 새끼들의 극성에 약한 애비들 영양제도 제대로 주지 못했습니다. 지들이 먹겠다고 얼마나 들이대는지... 터질정도로 뚱뚱해서는....
결국 애비 둘과 새끼 둘을 분리하였습니다. 암컷들은 원래 분리되어 잘 지내고 있었고요.
전 저도 모르게 수컷 새끼들에게 미움을 드러냈던것 같습니다. 밥을 줄때 그냥 밥만 줬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특히 회색 새끼는 제 눈앞에서 애비들을 밀치고 먹으려 난리를 쳐서, 제가 손으로 애비 먹이 주려고 자꾸 밀치니까 반항해서 (문것도 아닌데), ...
그러다가, 암수 쌍으로 분양받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세 통에 분리해서 아홉마리를 키우니 힘들었습니다. 조건이 맞아서, 황금이 암수를 친해지게 하기 위해 한 통에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회색 새끼 수컷을 둘 데가 없어 애비들의 통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회색 새끼 수컷은 애비들을 격렬하게 쫒아다니며 공격했습니다. 분리해서 키우니 서로를 못알아보고 서열을 정하려 했겠지요.
안그래도 약한 애비들을 오랫동안 공격하자, 지켜보다 못한 제가 그 놈을 잡았습니다. 아마 미웠던것 같습니다. 작은 통에 넣어 애비들과 함께 놔두었습니다. 냄새가 익숙해지라고.. 하지만 다시 풀어놓으면 또 공격하고 또 공격하고... 결국은 미움과 함께 작은 통안에 남겨뒀습니다.
저빌은 굉장히 순합니다만, 이 회색 새끼 저빌은 좀 드세서 빨갛고 두터운 고무장갑을 끼고 잡아올렸습니다. 그 동안 저빌 분양 하겠다고 한 사람에게서 연락이 끊겼습니다. 혹시나 임신했을까봐 불안했고 저빌들의 평온이 파괴된것이 무척 기분 나빴지만, 인터넷이란게 아무나 저질 장난을 칠수 있는 곳이니까요.
다시 수컷 새끼 둘을 한 통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평소대로 밥주고 물줬지요.
그러다가, 통 청소를 하기 위해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저빌들을 옮길때, 회색 수컷 저빌은 굉장히 유난하게 도망을 다녔습니다. 마침내 잡아올리자 "쾍!"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저빌은 새소리처럼 약하게 삑삑거리지,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난생 처음 들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내가 얘를 너무 미워하고 통 분리한다고 너무 괴롭혔구나... 많이 미안해졌지요.
그래도 수컷 저빌 새끼 둘은 건강하니까, 신경 쓰지 않고 빌빌 죽어가는 수컷 애비들에게 영양제 주는것만 신경썼죠. 이가 길어져서 씹어먹지 못했으니...
그러다 어느날 보니, 새끼 수컷 저빌들의 이도 자랄대로 자라서, 삐쩍 말라가고 있더군요..
마침내는, 제일 처음으로 그 회색 저빌 새끼가 죽었답니다.
미워하면, 건강하던 애도 병이 들고 제일 먼저 죽는것 같습니다.
저빌은 혼자 있으면 안된다고 해서, 걱정하면서 남은 새끼 저빌을 애비들과 합사했습니다. 그러나 남은 수컷 새끼 저빌은 애비들과 잘 지냈습니다.
수컷들은 셋 다 황금이다보니, 나중엔 구별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조카 집에 분양보낸 저빌 둘이.. 하나는 통통하니 건강하던 것이 갑자기 죽고, 나머지 한마리는 죽은 저빌을 뜯어먹다가 조카에게 들켰나봅니다. 조카는 큰 충격을 받았고 남은 저빌은 저에게 왔습니다. 그 녀석은 활달하여 탈출을 잘 하던, 제가 "빠삐용"이라고 이름붙인 저빌이었습니다.
녀석은 이가 멀쩡하여 병든 수컷들과 합사하자, 별 소란 없이 나머지를 제압하고 통 안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때쯤은 수컷들이 많이 비실거려서 싸우지도 못하더군요. 아니면 같은 황금이 계통이라서 싸움이 없었던건지.(살펴보면 색깔에 따라서 차별이 좀 있더군요. 같은 색깔끼리 더 친해요.)
그러다가, 영양제로 버티던 비실이 하나가 죽었습니다. 아파서 죽은 것이라 언젠가 죽을것을 각오했지만 슬프더군요. 처음 데려왔던 애비 녀석인데.....
그리고 날짜가 더 지난 후, 비실이 하나가 또 죽었습니다. 그 동안 빠삐용은 건강했고 나머지 비실이는 여전히 비실거리고 있었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엔 빠삐용이 죽었습니다. 통통하고, 건강하고, 이도 잘 갈려져 있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이, 입안에 먹이를 가득 머금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비실이가 죽을줄 알았는데 정말 의외였죠.
남은 비실이는 꽤 오래 살았습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죠... 바싹 말라서 숨쉬는 것이 힘겹고, 눈도 안보이고, 손발에는 혹과 같은것이 크게 나고, 나중에는 털도 빠졌죠. 털이 빠지니까 너무 안쓰러운 것이, 이제 그만 편해져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게다가 저빌은 혼자 남으면 안되는 동물이라는데... 외로움을 아주 잘탄다구요.
먹이를 주기 위해 부르면, 눈도 보이지 않고 숨도 겨우 쉬면서 귀를 쫑긋하며 먹이 통으로 조르르 달려갔죠. 밥이 먹고 싶다기보다는, 정이 그리워서 그러는 것 같았어요. 왜냐면, 그 즈음에 영양제를 먹으니까 먹이 통은 사실 갈 필요 없었거든요.
그러다 어느날 퇴근해보니, 죽었다고 합니다. 저는 죽는 것을 못봤지만, 엄마 말에 따르면, 먹이 통에 들어가 죽어 있었대요.
더 괴롭기 전에 잘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별인사는 미리 해놓았으니까요. 이제 그만 아프고 편하게 저 세상으로 가라고... 다음에는 좋은 곳에 태어나라고...
그러다가, 오늘 네이버 블로그 차츰 정리하면서 저빌 사진들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때 그랬었지, 하면서 정리했죠. 지금 암컷 다섯마리는 건강하거든요. 왜 수컷들만 그렇게 죽었을까... 혹시 그 통안에 병균이라도 있었던 걸까 싶기도 해요.
그런데 한 사진을 보고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주 조그만 새끼일때, 먹이 통 안에 들어가 있는 사진 이었죠.
제가 코멘트를 이렇게 달았더군요.
[요새 자주 보는 광경.. 그릇안에 들어가서 먹기]..
인간의 아전인수 격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진과 멘트를 본 순간, 그리고 마지막 수컷 저빌의 죽음에 대해 떠오른 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눈도 안보이는 상태로 제 목소리만 들으면 귀를 쫑긋거리며 먹이통으로 찾아가던... 아마 그 새끼일때가, 힘 세고 자상한 아버지와 삼촌과 엄마와 형제들이 사이좋게 살던 그때가 그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그때는 그 애들을 참 귀여워했었고...
저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애들은 사람이 정을 주는지 미움을 주는지 무심한지 느끼는것 같습니다. 미워하면 특별히 괴롭히지 않았어도 점점 병이걸려 말라 죽고, 관심을 주면 아프더라도 조금 더 오래 사는것 같아요.
죽은 저빌들에게 미안하고,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나는 저빌들을 괴롭히지 않고 먹이 충분히 준다고, 내게 있어서 그나마 얘들한테는 좋은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잘 키운것은 아닌것 같아요. 3년이 못되어서 다섯마리가 죽었으니까요.
처음 죽음을 접했을때는 정말 충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자꾸 죽으니 이것도 익숙해지더군요. 그러나 슬픕니다. 불쌍하고, 오늘처럼 사진 보다가 기억이 떠오르면 눈물 납니다.
그러니 사람이 죽으면 더 하겠죠. 아직 주변에 아는 사람이 돌아가신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긴 인생을 살다보면 그런 일들이 당연히 생기겠죠. 저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죽을 테구요.
내 주변의 사람이 죽으면, 아마 정도와 강도의 차이가 크게 차이 나겠지만, 이런 비슷한 기분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게 죽음을 겪어 본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슬프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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