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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리오나다 2012. 1. 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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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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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2  

전에 몇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대중작가가 쓴 글쓰기에 대한 책. 맞는 부분도 있고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신문에 나온 선전을 가끔 보면서 보고싶다는 생각만 조금 하다 말았었다.
그런데 며칠전 데바님을 만나러 갔다가, 글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을 받았다. 빌려달라 그랬더니 "그럼 갠달프 버릇대로 사보지 않을것 같아서" 란 이유로 사보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사실 데바님이 그동안 빌려준 책중에 사서 두고두고 보고 싶던 책도 많았지만 평생 돈을 많이 써보고 살지 않았던 버릇 탓에 책값은 너무나 큰 부담이어서 사지 않았다. 어쩌면 경제적 문제라기보다는, 이제는 내 마음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넷고환동에서 탄 도서상품권으로 책 두 권을 샀다. 유혹하는 글쓰기와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

그날도 참 날씨가 좋았다. 요즈음은 차창밖의 봄날씨가 왜이리 보기 좋은지. 방구석에만 처박힌 서울촌놈인지라 제대로된 벚꽂구경도 안해본듯하다. 아니, 그동안 봤더라도 제대로 봤을지 의문이다.

버스안에서부터 보기 시작한 글은 하루 이틀 들고 다니면서 다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고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부분(아예 아는게 없었으니까)을 많이 알게되었다. 이사람이 영어에 대해 쓴것이 우리 글에도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사를 많이 쓰면 좋지 않다, 는 말에 내 글에 수정할수록 자꾸 붙게되는(왠지 그게 더 근사해보여서?) 유치한 부사들이 생각나서 부끄러웠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들, 그것에 대해서도 역시 자신이 없었다. 
가장 충격적인것은 편집에 관한 것이었다. 편집자는 신이니 자기 글을 어떻게 자르든 고치든 상관하지 말라? 타락한 작가들이 그것을 싫어한다고? 지금도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편집자가 글을 모두 다시 써서 다른 글을 만들었다면, 캐릭터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면, 있지도 않는 유치한 사건을 넣어 캐릭터의 존재감을 엉뚱하게 만들어놓았다면? 
그 하나만 빼놓고 나머지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역시 외국에도 출판사에 사기꾼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이 훨씬 더 여건이 좋아보인다. 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시장 규모로 보나 뭘로 보나....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 이 부분을 보고 몹시 놀랐는데, 글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 작가가 글 자체를 이끄는 신이 아니라는 것, 글 자체에 생명력을 인정한 부분이다. 스티븐 킹은 '화석을 발굴한다'는 말을 썼는데, 난 화석이란 비유는 별로 맞지 않는다고 본다. 내 느낌에는... 글은 살아있기때문이다. 캐릭터도 모두 살아있다. 화석,하면 왠지 죽은 느낌이기때문에 그리 맞지는 않다고 보지만 어쨌든...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구나(오히려 많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신기했다. 
이 책을 보니 내 글의 단점을 아주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리키는 방향대로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도 든다. 
어쨌든, 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거나 이론을 많이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무척 유익한 책이 되었다. 


최종수정일 : 2002/05/02 Thu 12:02:13


      음팸돌이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스티븐 킹과 같은 의견입니다. 그 부분이란건 바로 '편집자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입니다. 작가가 인간이면, 편집자는 신입니다.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물론 작가의 프라이드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프라이드라는 것이, 하등 쓸모가 없는 것이라면 과감히 '낮춰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스티븐 킹이 글을 쓰는 작업을 '화석을 발굴한다'로 비유한 것은 작품이 죽어있다는 의미로 사용한게 아니라, 숨겨져있던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03/12,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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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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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2  

한비야의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보았을때, 얼마나 좋았던지. 세계 구석구석에 대한 이야기, 문화적 충격에 관한 이야기, 무엇보다도 저자가 사람을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에 감동받았다. 그 책을 읽고 내 의식도 조금은 성장했으리라 볼만큼 좋은 책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비야씨는 삼년여의 여행을 끝내고 다시 중국으로 갔다.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언어에 대한 한비야씨의 열의와 성취는 몹시 부럽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중국에서의 생활, 공부, 미래설계.. 한비야씨의 책을 보면 배울것이 많다.
특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 란 생각과 함께 내가 참 안일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자기 스타일이 있는것이겠지만, 난 저렇게까지 몰두해서 공부한적이 없다. 봐도 돼고 안봐도 돼는 시험도 일주일에 이틀만 조금 자며 공부하는데, 인생을 좌우하는 시험에서도 나는 너무나 안일한것이 아닐까.
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시험이야기만 눈에 들어오는듯. 책은 시험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비야씨의 책은 사서 볼만 하다.